- 국제신문
- 박창희 선임 기자 chpark@kookje.co.kr
- 2013-01-01 22:46:06
- / 본지 3면
- 하천생명 유지수 확보 가능
- 복개천 복원은 부전천보다
- 폭 넓은 전포천이 현실적
- 복개 걷어내고 수질 개선 땐
- 갑문 설치 유람선 띄울 수도
동천은 하천 구조가 복잡하다. 길지 않은 구간에 제1지류만 4개다. 그마저 대부분 복개가 돼 있어 유지관리가 어렵고, 이미지마저 좋지 않아 시민들의 관심도 미약하다.
동천을 살리는 길이 없진 않다. 전문가들은 외적 조건, 내적 조건 각각 3가지씩을 꼽는다. 외적 조건은 민·관의 진정 어린 소통, 창의적인 발상을 통한 재생, 결단을 통한 집중 투자가 그것이다. 내적 조건은 수질 개선 및 유지수 확보, 복개 구조 개선, 그리고 시민적 관심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신성교 선임연구위원은 "동천을 하천 또는 환경 개념이 아닌 도시재생 차원에서 복합적이고 장기적으로 봐야 해법이 나온다"고 했다.
하수 문제는 큰 줄기가 잡힌 상황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동천 유역에서 배출되는 하수는 하루 평균 30만~32만 ㎥. 동천의 전체 하수관 218.4㎞ 중 118㎞에 분류식 관거가 설치돼 2012년 말 현재 처리율이 54.4%이다. 하수 전량은 현재 남부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다.
유지수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하천의 생명은 유지수인데, 동천은 받아들이는 오·폐수 양에 비해 유지수가 부족해 만성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복개 복원 구간으로 거론되는 광무교~부산진구청 약 1.3㎞를 뜯어낸다 해도, 유지수가 부족해 만족할 만한 친수공간이 조성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부전천의 경우 성지곡 수원지의 댐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부산시민공원 내에 대형 저류조를 만들거나, 도시철도 및 KTX 공사장의 지하수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복개천 복원의 경우, 강폭이 좁고 엄청난 민원이 예상되는 부전천보다, 강폭이 비교적 넓고 우회로 확보가 용이한 전포천(CGV 앞~송상현광장 약 2㎞)을 대상으로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차선책을 택할 경우, 복개가 되지 않은 동천 하류부의 양쪽 도로를 문화공간 또는 친수구역화하는 방안도 있다. 부산시 환경정책과 이건표 주무관은 "하류부는 강폭이 46~60m로 넓고 접근성이 좋아 입체적 재생 계획을 세운다면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천과 같은 창조적 문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면이야기'(부산진구 발간)를 엮은 박현고 동구 환경관리계장은 "수질개선과 복개천 복원이 되면 하류에 갑문을 설치해 유람선이 다닐 수 있다"면서 "그러면 북항과 서면이 수로로 연결돼 엄청난 관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 동천의 오물분수
- 하얀 물거품 속에 오물과 악취 '눈살'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동천은 그동안 썩은 물의 대명사였다. 부산시민들은 언제부턴가 이 강을 '똥천' '하포강'(하늘이 포기한 강) 따위로 부르며 당국을 힐책하고 가까이하기를 꺼렸다. 동천이 부산의 자화상임을 안 것은 10여 년 전이다. 하수관로 공사와 준설을 하고 해수를 끌어올려 수질정화를 한 탓에 수질이 3, 4등급(COD·화학적산소요구량 4~6ppm)으로 개선됐다지만, 퀴퀴한 냄새는 여전하다.
부산시는 지난 2005년부터 동천의 분류식 하수관거 공사에 약 1500억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이 재정은 부산시민의 하수도 요금에서 충당됐다. 시는 동천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하지만 누구도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서면 일대 도심 아래에 흐르는 복개천이다. 동천 본류(당감천)의 복개율이 60.4%, 전포천이 89.6%이고, 부전천 호계천 가야천은 거의 100%다. 시민들은 부전천 가야천 호계천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복개된 하천들은 햇볕과 차단된 채 거의 하수구로 전락했다. 시민들은 더는 동천의 추억을 들먹이지도 않는다. 도심 하천의 비극이다. 이 비극을 후대에까지 물려줘서는 안 된다.
# 동천 살리기 어떻게 진행됐나
- 2004년 부산시장보선 계기로 시민운동 점화
- 2008년부터 정비사업 진행…"땜질처방" 지적
부산은 산업화의 희생양인 동천을 붙잡고 오래도록 씨름을 해 왔다. 동천 살리기가 이슈로 제기된 것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전후다. 부산시는 시민단체 등과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2003년 10월 동천 주변 환경정비에 대한 단계별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때 제시된 동천의 환경 비전은 '시민이 즐겨 찾는 도심 속의 쉼터'였다. 그러나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
2004년 '6·5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잠자는 동천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당시 허남식 후보와 오거돈 후보는 '동천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결했다. 특히 오거돈 후보는 서면 일대의 복개천 복원을 주창했고, 시민운동도 불이 붙었다.
그후 부산시는 부산발전연구원과 함께 2007년 8월 동천 수질개선 및 종합정비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09년 11월 동천종합환경정비사업 실시설계를 완료했다. 이를 놓고 시민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동천 주변의 환경정비 방안을 제시했으나, 가장 중요한 서면 복개천 복원 사업은 2020년 이후로 돌린 것이다. 시는 수량 및 수질 관리, 교통 문제, 주민 민원, 재원 확보 등을 난제로 꼽았다.
2004년에는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는 지하수(2000t/일)를 동천으로 유입시키고, 미복개 구간에 가동보와 수질정화장치(1일 3만t 처리)를 설치했다. 하지만 효과가 의문시돼 철거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카드는 해수 도수(導水) 사업. 2010년 4월 74억 원을 투입해 북항의 바닷물을 하루 5만 t씩 끌어와 3만 t은 광무교 아래에 폭포 형태로, 2만 t은 문현금융단지와 이마트 앞에 각각 분수 형태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은 유지수 확보 및 수질개선 효과를 가져왔으나, 수생태계 파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산시는 2008년 6월부터 2013년까지 동천 정비사업에 184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동천 주변 환경개선(82억 원), 준설 및 보행교량 설치(52억 원), KTX 공사장 지하수 동천 유입(10억 원)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의 청계천 혁명을 만들려면 혁신적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면서 "동천 복원·재생에 대한 미래지향적 마스터플랜이 다시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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