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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열대야로 잠을 잊은 그대에게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8. 12.

등록 : 2013.08.12 15:46 수정 : 2013.08.12 16:33

 

연평균 16.7% 증가하는 불면증으로 하나의 산업 형성한 ‘잠 시장’
수면박람회와 수면전문의들에게서 숙면의 비법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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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쯤이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침대에 가서 누웠지만, 늘 그렇듯이 눕는 순간 머릿속은 명징해지면서 방문 저편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그는 제정신으로는 절대로 읽을 수 없는 책, 지루해서 펼치는 순간 바로 잠들 만한 책, 단 한 문장도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찾아서 서가를 뒤적이다가 <암환자를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다시 거실의 소파에 앉아 반쯤 정신이 몽롱한 채로 그 문장을 읽는데, 어느 순간 의사가 코끼리로 바뀌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는 왜 잚들지 못하는가

 

이것은 어쩌면 어젯밤 당신의 이야기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사실 김연수의 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에서 빌려온 문장이다. 영화감독인 소설 주인공은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는 석 달 가까이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어느 밤 우연히 읽은 <암환자를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책에서 불면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한다. “밤이면 아무래도 병에 대한 생각에 빠져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산책을 한 날은 몸이 피곤한 탓인지 금방 잠들 뿐만 아니라 숙면을 취할 수 있더군요. 텔레비전 토크쇼를 보다보면 한 시간 반쯤은 금방 지나가버리잖아요. 산책으로 친구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예전에는 능률이 오르지 않던 집안일도 짧은 시간에 척척 해치우게 된답니다.”

 

그러나 8일째 열대야(8월8일 서울 기준)가 이어지는 요즘 같은 밤에는 산책이 숙면의 비결이라는 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일지 모른다. 여름밤 뒤척이는 사람이 늘었다. 무더운 밤이 더욱 고통스러운, 만성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도 숱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7~2011년 심사결정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불면증 진료 인원이 2007년 20만7천 명에서 2011년 38만3천 명으로 5년간 약 17만6천 명 증가했다. 병원에 진료를 의뢰할 정도로 심각하게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연평균 16.7%의 증가율을 보이며 늘고 있는 셈이다. 숙면에 대한 갈증이 일면서 ‘잠 시장’은 하나의 산업을 형성할 정도로 주목받게 됐다. 8월8일 서울 코엑스에선 국제수면박람회가 열렸다. 서점가에는 잘 자는 법과 숙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빼곡하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는 수면 도우미 어플이 즐비하다. 이웃 일본에서는 직장인을 위한 여성 전용 수면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왜 잠들지 못하는가. 오늘밤 뒤척이지 않기 위해 수면박람회를 들여다보고 수면전문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김귀옥(31·가명)씨는 어젯밤에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오늘 아침 역시 일어나자마자 몹시 기분이 불쾌했다. 김씨는 스트레스를 잠으로 푸는 타입이었다. 하루에 최소한 8시간은 자야 했고, 좀 피곤한 날에는 주말에 12시간씩 몰아서 자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겨우 잠들어도 최대 6시간 정도 자는 게 전부였다. 잠들 수 없었던 첫 번째 밤을 정확하게 꼽을 수는 없다. 몸에 특별한 통증이 있거나 기억에 남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이 있던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잠이 안 오기 시작했다.” 지난 3~4월부터는 불면이 심해져 아예 자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보통 새벽 6시까지 못 자고 뒤척거리다 지쳐서 설핏 잠들면 오전 10시쯤 일어나는데, 누가 조금만 기척을 해도 깨고, 깨고 난 다음에는 다시 못 잤다. 그러다보니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란다. “택시를 탔는데 택시 아저씨가 길을 몰라도 짜증이 나고, 길에서 누구랑 부딪치기만 해도 짜증 나고, 일할 때도 짜증 나고, 신경질이 심각할 정도로 심해졌다.” 잠이 잘 온다는 라벤더 향초를 쓰기도 하고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먹기도 했다.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해봤다. 그러나 모두 듣지 않았다. 급기야 식욕까지 떨어져 정신보건센터에 전화 문의를 했다. 우울증을 진단받고 상담을 하고 약을 받았다. 안정제를 받아왔는데, 마침내 잠이 오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잘 때도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알아보니 수면제 숙취라는 것이었다. 약을 끊은 요즘 그의 수면 시간은 3~6시간을 오간다. 수면의 질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자주 가위에 눌린다. 잠결에 침대 옆 창문을 보면 커다란 아이 얼굴이 붙어 있는 듯해 가슴이 덜컹한 적이 여러 번이다.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다 소리 지르며 깨는 경우도 많다. 김씨는 다시 예전처럼 하루 8시간씩 깨지 않고 푹 자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기질성 불면증 환자 한 해 약 17만 명

 


서울수면클리닉 홍일희 원장에 따르면 김씨와 같은 경우는 심리나 정서적 요소에 의해 잠이 영향을 받는 1차성 불면증 혹은 비기질성 불면증에 해당한다. 적절한 시기에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심리적 압박이 지속돼 만성 불면증을 초래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근육의 긴장도가 올라가며 체온이 올라가기도 한다. 몸의 긴장과 체온의 상승은 숙면을 방해한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신경계의 리듬을 교란시켜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원인 질환이 없이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비기질성 불면증 환자는 한 해 약 17만 명(2011년 기준)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때로 간절하기까지 한 숙면에 대한 욕망은 ‘잠 시장’이라는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는 중이다. 8월8~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열린 국제수면박람회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힐링 열풍 등과 맞물려 수면 산업은 국내에서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8월8일 찾은 박람회에서는 수면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면클리닉 부스부터 숙면을 유도하는 정보기술(IT) 제품과 옷, 음식, 기능성 침구류 등 잘 자기 위한 모든 것이 망라돼 있는 듯했다.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 찾은 관람객뿐 아니라 TV홈쇼핑 MD, IT 업계 바이어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장의 관심을 반영했다. 사람들은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피톤치드 산소를 흡입해보기도 하고, 직접 누워 코골이 방지 베개, 보디 필로 등을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서울수면센터 부스에서 간단한 수면 진단을 받아보았다. 비교적 잘 자는 편이었지만 최근 몇 개월간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새벽에 깨거나 뒤척이는 일이 잦아져 수면의 질이 어떤지 궁금하던 차였다. 설문지를 받아 ‘악몽을 꾸고 수면 중 깨곤 한다’ ‘종종 정신이 청명하지 못하다’ ‘밤에 잠을 자도 낮 동안 졸리다’ ‘침을 흘리고 잘 때가 있다’ ‘깨어 있는 동안 활력이 있으면 좋겠다’ ‘입안이 말라 잠에서 깬 적이 있다’ 등에 표시를 했다. 상담을 한 서울수면센터 김준기 행정원장은 기자에게 구강호흡에 의한 무호흡증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주간 졸음 측정표를 통해 진단한 결과는 좀 의외였는데 기면증의 가능성이 60% 이상이라고 했다. 김 행정원장은 상담을 하며 밤중에 숙면을 하지 못하므로 낮동안 때때로 졸리거나 피로를 느끼는 경우가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평소 바로 눕기보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호흡이 불편해 무의식 중에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강호흡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턱이 작거나 구강에 비해 혀가 크거나 기도가 좁거나 콧구멍이 작거나 비염이 있어서 등이다. 자는 동안 숨을 편하게 쉬기 위해 자연스레 입을 벌리고 자게 되고 호흡의 질이 나빠지면서 깊이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근래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양약수술로 턱이 작아져 수면무호흡증을 호소하는 이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신체적 문제점을 찾으면 사람에 따라 교정이 쉬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편 김 행정원장은 그동안 수면으로 큰 문제를 겪은 적이 없는 편이라면 최근 몇 개월간 개인적으로 겪은 정서적 압박과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행정원장은 수면 질환으로 곤혹을 겪는 사람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1년에 2배씩 늘고 있다고 한다.

 

“잠에 관한 부정적인 말을 중단하라”

 


수면박람회에서 만난 정금숙(58·주부)씨는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겨우 눈을 붙이고 외출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갱년기 이후 수면 장애를 겪게 됐다고 한다. 정씨는 자신의 증상을 치료하는 데 적극적인 편이다. 오전에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커피·녹차 등 카페인이 든 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려 노력하고 잠이 오지 않으면 소일거리를 하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수면을 시도해보는 일을 반복한다. 형광등 불빛이 수면을 유도하는 데 방해된다고 해 집안 조명도 대부분 간접조명으로 바꿨다.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정보를 찾아 열심히 따라했다. 하지만 몇 달째 여전한 불면이다.

 

영국의 수면 세러피스트 사샤 스티븐스는 책 <잠과 싸우지 마라>에서 불면증을 심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심리적 실수를 지적했다. 스티븐스는 잠을 자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양보할 각오가 되어 있는, 모든 생활을 불면증에 맞추는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이 오히려 최악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잠을 못 잘 위험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정상적인 활동을 희생하려 드는 행동 방침은 “불면증이라는 괴물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더불어 스티븐스는 자신을 불면증 환자라고 확신하고, 지속적으로 타인에게 자신이 불면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호소해 스스로 고통을 규정하는 행위 또한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년 간 불면증으로 고통받다 극복한 그는 가장 먼저 “잠에 관한 부정적인 말을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밤잠을 설치는 이들 중 대부분이 사실은 ‘나는 불면증이다’라고 스스로 외우는 주문 때문에 더 깊은 불면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더운 요즘, 평소 잘 자는 편이었지만 수면에 배신당하는 이들이 있다. 열대야로 일시적으로 불면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수면전문의들은 입을 모아 괴롭겠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더운 밤에 잠 못 드는 것은 당연하다. 체온이 떨어지면서 잠이 들고 체온이 올라가면서 몸이 깬다. 외부 온도가 25℃가 넘어가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 잠들지 못하는 밤, 사람들은 야외로 나와 술을 마시거나 몸을 지치게 해 잠들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모두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홍일희 원장은 “술은 나쁜 수면제다. 술을 마시면 금세 잠이 들지만 술을 분해하기 위해 몸의 기관들이 움직이면서 잠들고 2시간 정도가 지나면 다시 몸을 깨운다. 운동을 해 신체적으로 각성을 주는 것도 숙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더위가 심해질수록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길 조언했다. 열대야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 몸을 덥힌 다음 선풍기를 틀어놓고 가만히 휴식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올라갔던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뇌가 잠을 자야겠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지켜라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은 날씨가 선선해지면 자연스레 사라지니 시간을 두고 기다릴 일이다. 하지만 수면전문의들은 자칫 관리를 잘못해 생체리듬이 깨지면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더위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뒤죽박죽되더라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지키는 편이 좋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오전 햇빛을 30분~1시간쯤 쬐면 뇌가 15시간 정도 뒤에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해야겠다고 ‘프로그래밍’한다고 한다.

 

8월8일, 기상청에서는 이날 울산의 낮 최고기온이 역대 가장 높은 8월 기온인 38.8℃라고 발표했다. 울산 일부 지역에서는 비공식적으로 4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32.6℃였던 서울은 울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밤늦도록 몸이 끈적할 정도로 더웠다. 날은 덥고 마감은 남았고 낮에 들은 불면증 진단으로 마음까지 불편해졌다. 잘 자는 법을 숱하게 들었지만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다. 불면의 밤이 깊어간다.

 

*참고 문헌: <수면혁명>(대한수면연구회 지음, 대교베텔스만 펴냄), <잠과 싸우지 마라>(사샤 스티븐스 지음, 부키 펴냄), <수면건강과 수면장애>(로렌스 엡스타인 지음, 조윤커뮤니케이션 펴냄), <잠이 인생을 바꾼다>(한진규 지음, 팝콘북스 펴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나만의 잠드는 비법


수면시간 확보할 수 있는 스케줄을

 

대한수면연구회에서는 숙면을 위한 지침으로 다음의 요소들을 꼽았다. 잠자기 전에 먹고 마시지 말 것, 주말에 늦잠을 자 수면 패턴을 흐리지 말 것,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할 것, 밝은 태양 아래에서 운동을 할 것, 실내는 선선하게 손발은 따뜻하게 유지할 것, 낮잠은 짧게 잘 것, TV나 라디오를 끄고 수면 전 뇌를 자극하지 말 것, 그날의 스트레스나 고민거리를 잠자리에 가져가지 말 것, 침실을 잠자는 용도로만 이용할 것 등.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성실히 수행해도 새벽녘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밤을 지새운다면, 과학적으로 검증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잠에 빠져들게 된다는 다음의 말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불면에 시달리는 이들 혹은 너무 잘 자 머리만 대면 자는 이들에게 잠드는 비법을 물었다. 남들은 잠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과 불안이 숙면을 잠식한다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디밴드 노컨트롤의 황경하씨는 잠이 오지 않을 때 고민을 떠올린다. 당장 내일 처리해야 할 산적한 일들도 떠올린다. 어떤 때는 앞으로 닥쳐올 고난 따위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러면 잠이 온다. “힘든 일을 잊기 위해서 잔다. 어쨌거나 무언가를 다음날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야 한다고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임경선씨는 “숙면의 비법? 그런 것 있다면 좀 알려달라”고 말했다. 임씨는 밤에 자주 뒤척이는 편이다. 운동을 하면 좋다고 해서 꾸준히 하는데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새벽에 몇 번씩 깨기를 반복하다보니 이후 몸에 학습이 되어 그런지 더욱 푹 자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씨의 방법은 애타게 잠을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놓아두는 것이다. 요즘은 며칠 잘 못 자다가 피곤해지면 깊이 잠드는 패턴을 반복한다. 임씨는 너무 많은 사람이 불면을 호소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친 기후와 우리를 둘러싼 너무 많은 일들이 사람들을 못 자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특징은 잠들기 전부터 잘 잘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불쾌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특히 오전에 일찍 일어나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 한정된 시간에 건강한 잠을 자지 못한다는 데 대한 불안함이 있다. 불면이 불안을 부르고, 불안은 다시 불면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이명석씨와 단편선씨는 그런 점에서는 좀 자유로운 듯했다. 칼럼니스트 이명석씨는 새벽에 허겁지겁 일어나 아침 지하철에 몸을 실을 일이 적다. “일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잠에 대한 부담이 적다. 밤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늦잠을 자기도 하고….” 수면에 대한 강박에서 놓여나면 의외로 우리는 깊고 달게 잘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음악가 단편선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올바른 수면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마음대로 자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편이다. 2~3시에 자서 아침 10시쯤 일어난다. 잠자기 전에 몸을 편하게 해주고 쉴 때가 많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뒤적이다가 잠이 오면 잔다. 하루에 8시간 정도는 잘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고, 바쁠 때는 최대한 자는 시간을 쪼개지 않고 깨어 있는 동안 바쁘게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